일본의 전통 예술 ‘가부키’, 그 역사가 계승되는 문화의 마을 오가노마치로 떠나는 여행
사이타마현 북서부에 위치하는 오가노마치는 전통 예술과 풍부한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마을입니다. 9월 말~10월 말에는 탐스러운 달리아가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등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오가노마치는 사실 가부키의 고장으로서 일본의 옛 문화를 오늘날까지 간직한 곳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바로 이곳, 오가노마치로 여행을 떠나 볼까 합니다.
가부키의 세계에 어서 오세요! ~오가노 가부키 소개~
해외에서 먼 길을 찾아 일본을 방문해 주신 여러분께 일본의 전통 예술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4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연극 ‘가부키’를 말씀하시는 분이 적지 않을 텐데요.
오가노마치는 바로 이 가부키의 고장으로 유명합니다. 그 오랜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약 220년 이상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며, 에도 시대 중엽에 에도 가부키가 오가노마치에 전해진 것이 그 시작이라고 합니다.
전문 배우가 상설 극장에서 공연하는 오카부키와는 달리, 농촌 가부키는 지역 주민들이 직접 무대에 서죠. 오가노마치의 가부키는 농촌 가부키에 해당하며, 평소에는 전혀 다른 생업을 가지고 살아가는 일반인들이 배우로 활약합니다. 무대 장치를 제작하는 담당자와 화장 및 기모노 담당자, 샤미센이나 북을 연주하는 담당자 등 무대의 뒤를 책임지는 관계자 역시 모두 마을 사람들을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마을에 상설 무대뿐만 아니라 공연 일정에 맞춰 조립식 무대를 만들고, 공연이 끝나면 바로 해체하는 ‘야타이 가부키’까지 준비되어 있다는 점이 바로 오가노마치 가부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죠. 매년 성황리에 이루어지는 6번의 정기 공연은 사계절 언제든 신사 등지에서 진행됩니다. 성인뿐만 아니라 어린이가 등장하는 가부키, 여성 배우만 출연하는 가부키 역시 오가노마치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죠.
오가노 문화 센터에 있는 ‘오가노 가부키 살롱’에는 예부터 오가노 가부키에서 사용되었던 화려한 자수가 들어간 의상, 가발 등과 같은 소품이나 대본 등 귀중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전시된 사진과 영상물을 통해 오가노 가부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인 만큼, 기회가 된다면 이곳에 방문하셔서 오가노 가부키의 세계에 푹 빠져 보세요!
‘오가노 가부키’ 및 공연 스케줄 상세 정보
https://www.town.ogano.lg.jp/kabuki/
‘오가노 가부키 살롱’ 상세 정보
https://kanko-ogano.jp/spot/%e5%b0%8f%e9%b9%bf%e9%87%8e%e6%ad%8c%e8%88%9e%e4%bc%8e%e3%81%95%e3%82%8d%e3%82%93/
스모의 세계에 흠뻑 빠져 보자! ~전직 스모 선수가 운영하는 일본에서 단 하나뿐인 료칸~
한편, 오가노마치에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스포츠인 스모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이번에 방문한 ‘니시야쓰 온천 여관 미야모토노유’는 가문 대대로 운영되어 온 료칸으로서 약 300년의 역사를 품고 있으며, 12대 당주가 바로 전직 스모 선수였던 미야모토 카즈테루 씨입니다. 미야모토 씨는 오즈모(스모 프로 리그)에서 최상위 등급인 마쿠우치로 활약했던 선수로, 료칸에는 스모와 관련된 다양한 시설과 전시물이 꾸며져 있답니다.
료칸의 로비에는 당주인 미야모토 씨가 스모 선수로 활동했을 때 같은 단체에 소속되어 동고동락했던 전직 요코즈나이자 하와이 출신의 선수인 무사시마루 제키가 기증한, 스모의 도효이리 의식에서 몸에 두르는 ‘요코즈나의 증표’로 실제 사용되었던 금줄이 느티나무 가지에 싸여 장식되어 있습니다. 당주가 한때 전직 요코즈나의 일상생활을 가까이서 서포트할 정도로 친밀한 사이였던 만큼, 그 인연을 계기로 요코즈나의 금줄을 선물로 받은 것이라 하죠. 이 외에도 시설 내부에는 오즈모가 열리는 료고쿠 국기관에 장식되었던 무사시마루 제키의 우승 액자, 그리고 당시 미야모토 씨(스모 선수로서의 호칭은 츠루기다케)가 게쇼마와시(앞치마 모양의 드림)를 착용한 사진을 담은 거대한 액자가 장식되어 있습니다. 그 거대한 크기와 더불어 엄청난 박력이 느껴지는 장식들이죠.
미야모토노유에는 이곳만의 아주 특별한 탕이 있습니다. 일본의 모든 온천을 통틀어도 손꼽히는 개성을 자랑하는 이 탕은 바로 스모 경기가 진행되는 국기관을 모티브로 한 도효(스모 경기장) 노천탕이랍니다. 미야모토노유에 오셨다면 꼭 한번 도효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스모의 세계에 푹 빠져 보시기 바랍니다.
미야모토노유의 근처에는 동일 계열사가 운영하는 또 다른 시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3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농가의 집을 개조한 온천 료칸 ‘미야모토케’로, 미야모토노유에서 걸어서 1분 거리에 자리한답니다. 이곳은 하루에 6팀만 숙박이 가능한 온천 료칸으로, 고에몬부로와 이로리 등 일본의 전통적인 도구와 시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일상에서 쌓인 피로를 녹여주는 온천과 함께 료칸에서 직접 재배한 식재료로 만든 가이세키 요리를 즐기는 등, 여유롭게 휴식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숙박 플랜을 이용해 보세요.
미야모토케에서는 그 외에도 창고를 개조해 만든 유니크한 분위기의 BAR를 운영하며, 2층에는 미야모토 가문의 가보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69대 요코즈나 ‘하쿠호 제키’의 금줄을 비롯해 스모와 관련된 소지품이나 사진도 전시되어 있죠. 평소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스모 선수의 물건들을 직접 볼 수 있는 귀중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료칸 모두 숙박과 함께 스모와 관련된 식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추천 메뉴는 물론 스모 선수촌에서 많이 먹는다는 요리로 유명한 ‘창코나베’입니다. 당주가 선수로 활동할 때 소속했던 ‘무사시가와 베야’의 맛을 그대로 재현하고, 일반인이 먹어도 부담이 없도록 더욱 건강하게 개량한 맛이 특징입니다.
‘창코’란 부모와 자식을 이르는 옛말로, 스승과 제자가 함께 먹는 창코나베의 맛은 선수촌마다 다르다고도 하죠. 경기장에 손을 짚으면 패배하는 규칙을 가진 스모와 어울리게, 창코나베에는 손을 쓸 필요 없이 두 발로 자유롭게 이동하는 닭의 고기를 주로 넣어 먹어 시합에 좋은 기운을 불러들인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과거 사람들이 신고 다니던 ‘와라지’를 모티브로 한 오가노마치의 명물로, 신발에서 그 모양을 따온 만큼 커다란 돈가스가 2장이나 나오는 메뉴 ‘와라지카츠’도 준비되어 있으니 오가노마치를 방문하실 때는 꼭 한번 드셔 보세요. 미야모토노유는 숙박을 이용하지 않고 식사만 즐기실 수도 있으니, 부담 없이 방문해 보세요(사전 예약 필수).
마음껏 즐기는 자연의 아름다움 ~오노우치 계곡~
한편, 일본의 전통문화가 아니더라도 오가노마치를 즐기는 방법은 무척 다양합니다. 오가노마치의 서쪽에는 일본의 100대 명산으로 손꼽히는 료카미산이 우뚝 서 있는데요. 바로 이 료카미산을 원류로 하는 오노우치 계곡은 자연의 푸른 수목과 계곡에 흐르는 맑은 물이 매우 아름다운 명소로, 현수교를 건너 계곡 산책을 즐길 수 있답니다. 눈부시게 빛나는 신록과 붉게 타오르는 단풍의 계절에는 특히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죠. 가을에 열리는 오노우치 계곡 단풍 축제에서는 계곡과 현수교 주변에 탐스러운 달리아가 한가득 피어나 계곡을 더욱 화려하게 물들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계곡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하는 주인공은 겨울철에만 감상할 수 있는 오노우치의 고드름입니다. 마치 얼음으로 만든 예술 작품과도 같은 이 고드름은 파이프를 무려 500m나 이어 인공적으로 만든 것으로, 둘레 약 250m, 높이 60m에 달하는 규모를 자랑하죠. 매년 1월 중순부터 2월 말에 걸쳐 열리는 야간 라이트 업 이벤트 역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라이트 업 기간에는 고드름 바로 옆에서 오가노마치에서 재배한 채소, 향토 요리 등을 판매하는 가판대가 들어서며, 아마자케(쌀을 발효해 만든 달콤한 사케) 한잔을 들이켜 추위를 잠시 잊고 몸을 데울 수도 있답니다. 최근에는 온난화의 영향으로 고드름을 볼 수 있는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지만, 겨울철에 오가노마치에 방문하신다면 꼭 감상해야 할 볼거리 중 하나입니다.
오노우치 계곡의 고드름
https://kr.chocotabi-saitama.com/spot/34656
또 하나의 전통, 깊은 맛을 추구하는 장인의 집념 ~지치부 와인~
오가노마치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 그것은 바로 와인입니다. 와인을 사랑하시는 분이라면 이곳을 방문해 보세요!
이번에 방문할 지치부 와인의 포도밭과 공장은 무려 9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합니다. 지치부 와인의 제품은 일본 와인 콩쿠르에서 4년 연속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와인으로 선정될 만큼 와인 제조에 정성과 열정을 쏟는 곳이죠.
창업자인 아사미 겐사쿠 씨는 일본에 와인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전부터 오래된 문서를 뒤적이며 직접 포도를 재배해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탄생한 ‘겐사쿠지루시 브랜드’로 많은 사랑을 받게 되는 와인은 프랑스인 신부로부터 ‘보르도 지방의 맛’이라 극찬을 받은 일화를 계기로 일본 전역에 그 이름을 알렸고, 마침내 대중에게도 널리 퍼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지치부 와인에서는 여러 와인을 부담 없이 시음한 뒤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테이스팅 무료/예약 없이도 체험 가능). ‘겐사쿠 할아버지’의 의지를 이어, 정성을 다해 제조되는 와인을 만끽해 보세요.
지치부 와인
http://chichibuwine.co.jp
어떠셨나요?
오늘은 일본의 전통 예술인 가부키가 깊이 뿌리내린 마을, 오가노마치를 소개해 보았습니다. 도쿄에서 조금만 위로 이동하면, 오늘날까지 소중하게 전승되는 귀중한 역사와 문화를 접할 수 있답니다. 때로는 쉴 새 없이 변화가 계속되는 도심에서 벗어나, 길고 긴 전통을 간직한 시골 마을로 여행을 떠나 보시는 건 어떨까요?